마라톤을 뛰는 도중에 나를 믿어야할지 아니면 겸손해야할지 입장이 수십번 왔다갔다 한다.나를 과대평가하여 초반부터 오버페이스를 하게 되면 후반부에 반드시 퍼지게 된다. 마라톤이 아무리 자신과의 싸움이라지만 후반에 퍼지게 되어 내 뒤에 있던 사람들이 우루루 지나가게 되는 경험은 그리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. 이와 반대로 마라톤 후반부가 되면 몸은 이미 한계치이고, 정신으로 버텨야 하는데 '내가 나를 못 믿으면 누가 나를 믿어주나.'의 정신으로 후반부를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. 어느때에는 스스로에게 겸손해야하고 어느때에는 스스로를 믿어줘야 하는지 적절한 것을 정하는 것이 어려운 요즘이다.
제가 (혹은 저만) 많이 좋아하던 분과 이별한 후 너무 마음이 힘들어서 술만 먹다가 이러다가는 몸도, 마음도, 그리고 돈도 다 잃어버릴 것 같아서 건강이나 챙기자 하며 다시 시작했던 러닝입니다. 그리고 2주전에는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해가며 풀코스도 완주하였습니다. 이제는 제 삶에서 마라톤은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으며 이전보다는 좋은 몸상태와 정신상태를 가지게 되었고, 다양한 크루애서 운동하는 분들을 만나 좋은 말씀들을 들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. 아. 야구 몰라요. 아. 인생 몰라요.
사람이 지나치게 긴장을 할 때 주위에서 그런 말을 한다. "너 힘 좀 빼." 나는 항상 힘이 들어가 있다. 청소년 시절의 기억은 일초라도 힘을 빼버리면 나를 놓아버릴 것 같은 날들의 반복이었다. 원망하겠다는 것도 아니고. 고생했으니 알아달라는 것도 아니긴 한데... (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블로그에 무슨) 온전히 휴식하러 어디를 가도 힘이 빠지지 않고 완전히 몰입해서 즐기지 못하는 내가 보이더라고. 심지어 이 돈으로 전세 대출이나 갚아서 조금이라도 이자 줄일걸... 생각이나 하고 그건 좀 아쉽다. 어떻게 하면 힘을 뺄 수 있을까? 평생 해야 할 고민이다.